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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여행기 모음

Posted January. 26, 20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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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자 한 마리를 잡았다. 짐꾼들이 교대로 둘러메는데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해가 졌다. 암사자의 냄새를 맡았는지 사자 한 마리가 따라붙는다. 다른 쪽에는 코뿔소 한 마리. 사자보다 위험한 존재다. 머리가 나빠 상황 파악을 못하고 아무 때나 덤벼들기 때문이다. 한쪽으론 사자, 다른 쪽으론 코뿔소를 경계하며 겨우 겨우 캠프에 도착했다.

책에 소개된 여행기의 한 대목이다. 긴박했을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게재된 수천 편의 여행기 가운데 재미있는 내용만 엄선했다고 엮은이는 소개한다. 모두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여행기다.

당시 여행은 지금과 달랐다. 현대인들은 아프리카의 사바나, 중동의 사막, 아마존의 밀림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안다. 하지만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사람들로선 사는 곳만 벗어나면 온통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서 책에 소개된 내용은 여행이라기보다 탐험이요, 모험에 가깝다.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떠나 사자 사냥에 나선 부부 얘기, 이슬람 신도로 변장한 뒤 이슬람 사원에 몰래 들어가 본 남작 부인의 사연, 해적이 강탈해 간 진주를 되찾기 위해 추격전을 벌인 진주 채취업자의 모험담.

저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앞서 소개한 사자 사냥 일화는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임기를 마친 뒤 1909년 아프리카를 여행했을 때의 여행기다. 외교관, 기자,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경험을 들려준다.

여행기의 주인공들은 작은 것 하나도 신기하고 놀랍게 받아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국적인 것에 감동이 덜한 현대인들에 비해 당시 사람들은 축복받은 여행자들이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