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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둔감()재능

Posted September. 27, 2007 03:07,   

日本語

명의로 소문 난 일본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제자에게 무척 엄하고 까다로웠다. 제자들은 손이 늦다 한눈판다고 강하게 질책하는 스승 앞에서 주눅부터 들었다. 유독 한 학생만 달랐다. 그저 예, 예 대답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대신 실력을 쌓는 일에만 열중했다. 나중에 그는 스승의 수술 노하우를 온전히 전수받은 유일한 제자가 됐다. 일본 작가이자 의사인 와타나베 준이치는 새 책 둔감력()에서 이런 지혜로운 둔감을 예찬했다.

일반적으로 예민함이 선호되지만 실제 생활에선 둔감함이 더 쓸모가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이다. 감정이나 감각이 무디다는 뜻의 둔감함은 단점이 아니라 힘이라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코까지 골며 잘 자는 사람, 나쁜 일은 바로 잊어버리고 윗사람의 질책이나 배우자의 잔소리는 잘 흘려버리는 사람. 이런 유형이 둔감재능의 소유자다. 게으름과는 다르다. 자신의 에너지를 주변 사람이나 환경 같은 밖을 향해 사용하기보다 안으로 모아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라는 주문이다.

둔감력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의 혈관은 늘 확장돼 있어 피가 잘 돈다고 한다. 장()이 둔감하면 조금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덜 난다. 시각 청각이 너무 예민하면 노화가 더 빠르게 찾아온다는 학설도 있다. 치명적인 암()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면 치유 확률이 높아진다.

배우자 동료 등 인간관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면 서로 부담이 커져 유리병처럼 깨지기 쉽다. 나이 든 부부의 해로()도 둔감력에 비결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대에 둔해지면 반대로 아량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심()의 힘을 강조한 책 둔감력은 일본에서 올 상반기에만 1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외부의 눈총, 조롱, 빈정거림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중심을 갖고 질기게 살라는 충고가 내게도 벌써 힘이 된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