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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헌절에도 헌법을 구박한 대통령

Posted July. 18, 20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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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제헌절인 어제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글을 실어,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과 선거중립 조항 손질 등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집권 4년여 동안의 반()헌법적 행적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글이다. 제헌절에 국민을 향해 헌법적 소신을 밝히려면 당연히 헌법정신과 가치를 구현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 책무를 다짐하는 내용이라야 한다.

그는 현행 제도로는 책임정치와 원활한 국정 운영이 어렵다면서 대통령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일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의 공론화를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했다. 올해 4월 각 정당에 이런 개헌을 약속하라고 강압한 것도 모자라 공론화까지 요구하니, 행패에 가깝다. 게다가 단임제는 독재에서 막 벗어난 국가에서나 채택하는 후진적 제도라고 헌법을 깎아내렸다. 그 헌법에 입각해 대통령이 됐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지금 와서 헌법에 발길질을 한다면 대통령 자격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특히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이제 민주주의 발전을 제약하고 정치의 비효율성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실정()의 핑계를 헌법에다 댄 것이다. 2004년 총선에서 국민이 만들어 준 과반() 의석 여당을 위장폐업 지경으로 몰고 간 것도 헌법 탓인가.

견제와 균형은 헌법의 3권 분립 정신의 핵심이다. 이를 존중하면서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국정을 운영해 가는 선진국 대통령들은 닮으려 하지 않고 제도 탓만 해서야 어떤 헌법으로도 민주 발전은 불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선거중립 의무를 부여하게 되면 사실상 정치 활동을 가로막게 된다고 주장했다. 선거중립은 우리나라 같은 가부장적() 대통령제하에서 선거 관리가 불공정하게 되지 않도록 하려는 지극히 민주적인 장치다.

어제 저녁 국회의장이 초청한 5부 요인의 제헌절 만찬이 취소된 것은 사실 노 대통령의 비뚤어진 헌법관() 탓이 크다. 헌법 해석 문제로 부담감을 느낀 헌법재판소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7개월의 남은 임기만이라도 헌법을 섬기며 조용히 직()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