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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김법무 경질설

Posted June. 14, 200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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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이 예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경질설이 돌고 있다.

청와대가 김 장관의 최근 언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그의 거취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임명된 지 10개월밖에 안 된 김 장관의 거취 문제는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과 맞물린 민감한 뇌관이다. 사실상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여야 간 피 말리는 전장()이 될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와의 갈등이 경질설의 진원지?=김 장관은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명시한 선거법 9조에 대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는 선거법 9조가 위헌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위헌이 아니다는 발언은 청와대를 자극했다.

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참여정부평가포럼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통보받자 선거법이 위헌 아니냐고 반발했는데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뒤집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가 나중에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하지 않았느냐고 담담하게 넘어갔지만 실제 청와대 내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청와대의 항의가 빗발쳤다. 분위기가 상당히 심각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놓고 노 대통령을 적극 옹호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비교해 용기 있는 행동으로 치켜세운 일부 언론의 보도도 청와대를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김 장관이 지난 달 한 대학 특강에서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기특한 부정()이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조금 있다며 김 회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나중에 학생들에게 말을 재미있게 하다가 나온 표현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또 노 대통령이 올해 초 시동을 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김 장관의 대응 방식을 크게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김 장관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에 아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장관에 대한 이 같은 청와대의 불만이 쌓이면서 양 측의 갈등이 단순 봉합으로 수습될 단계를 넘어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장관 경질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각 교체로 이어질까=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3일 김 장관 경질설에 대해 현 상황에서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도 김 장관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 국무위원은 사석에서 지금 장관들은 대통령 임기 말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장관의 교체가 어떤 형태로든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 장관의 교체를 검토 중이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법조인도 한 달 전부터 나돌기 시작한 김 장관 교체설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인 정책조정회의가 김 장관 거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법무부 측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 김 장관은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 미칠 듯=김 장관의 거취 문제는 단순히 장관 한 명의 교체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의 위상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대선 정국에 민감한 법률적 쟁점의 처리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을 놓고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이 김 장관의 미온적 업무 태도 등을 문제 삼아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우선으로 후임 장관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럴 경우 대선 정국에서 정부의 선거 중립 의지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 장관 교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연욱 조수진 jyw11@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