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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연봉킹

Posted May. 26, 200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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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던 아들에게 어머니는 늘 두 가지를 당부했다. 차 조심해라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아이가 커 가면서 차 조심하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어머니는 요즘도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프로농구 동부 김주성(28205cm)은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협상에서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연봉 6억8000만 원에 5년 계약. 총액이 34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서장훈(33)과 함께 최고 연봉인 4억7000만 원을 받았지만 1년 만에 2억1000만 원을 더 받아 프로농구 사상 최고 몸값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JDI스포츠 클리닉에서 그를 만났다.

난 정말 재미없는 사람 스캔들 안 나게 생겼죠

연봉에 걸맞게 더 잘해야 하는데 부담이 커요. 실력보다는 FA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그만큼 받은 것 아닌가 싶어요. 하하.

한국농구연맹(KBL)은 올해부터 연봉 상한선을 정했다. 동부가 김주성을 잡기 위해 상한액을 제시했기 때문에 다른 구단은 아예 협상 기회조차 없었다.

김주성은 순둥이로 통한다. 스타답지 않게 겸손하고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소문난 효자이기도 하다.

착하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바보 같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어머니 말씀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존경하는 지도자를 꼽아 달라고 했더니 지도받은 감독님들을 모두 존경한단다. 모범 답안 같아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맞아요, 저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에요라며 웃는다.

김주성은 그 흔한 스캔들 한 번 난 적이 없다. 스캔들 안 나게 생겼다는 게 그의 주장.

하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다. 요즘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주인공 박신양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탤런트 이영은이다.

몇 년 전에 학교 후배가 여자 친구를 데려왔어요. 이영은 씨는 그 여자 친구의 친구로 함께 왔고요. 나중에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그때 농담 삼아 인터뷰에서 서로를 이상형으로 얘기해 주기로 하자고 했거든요.

2002년 프로에 데뷔해 어느덧 다섯 시즌을 뛰었다. 아직 젊지만 그는 항상 물러날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에서 저를 알아보고 반찬 하나 더 주면 이때뿐이다 하는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준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추락하면 크게 좌절할 것 같거든요. 몸이 안 따라 주면 후배들한테 미안해서라도 바로 그만둘 거예요.

첫해 8000만 원이었던 그의 연봉은 이듬해 2억2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3억5000만 원, 4억2000만 원, 4억7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아버지가 돈관리 톨게이트 요금 없어 쩔쩔 맨 적도

많이 받지만 솔직히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는지 몰라요. 관리는 아버지가 하시는데 아직 재테크에 익숙하지 않아 은행에 맡겨 놓으세요. 카드를 주로 쓰니 현금도 별로 없어요.

그러면서 지갑을 열어 보였다. 1000원짜리 한 장 없이 텅 비어 있다. 톨게이트 요금이 없어 쩔쩔 맨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카드로 밥은 잘 산다고 덧붙인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톱스타라는 말은 쓰지 말아 달라는 순수 청년 김주성. 하지만 팬들은 안다. 그가 최고 연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