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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위 단풍나무까지 살려야죠

Posted January. 16, 20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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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에 외롭게 서 있던 증기기관차를 완벽하게 보존처리해 새 생명으로 살려 내고 싶습니다.(송원준34포항산업과학연구원기계공학)

그렇게 되면 더는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통일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김미현25금속보존처리)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폭격으로 멈춰 선 뒤 경기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있던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등록문화재 78호길이 15m, 높이 4m, 무게 70t)이 통일의 꿈을 안고 2월 말3월 초 본격적인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14일 오후 보존처리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인 임진각 현장(주차장 내 가건물)을 찾았다. 보존처리를 위해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뒤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건물 내부에서 만난 육중한 기관차 화통은 분단과 전쟁의 상흔, 그 자체였다. 표면을 가득 채운 검붉은 녹, 부서진 바퀴와 무수한 총탄 자국, 아직도 화통 위에서 자라는 단풍나무 한 그루.

송원준, 김미현 연구원은 기관차의 상태를 점검하며 완벽한 보존처리 방안을 강구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국내 문화재 보존처리 사상, 가장 거대한 철제 문화재를 대상으로 하는 데다 상징적 의미도 크기 때문에 이들의 긴장감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제발 무사히 일이 끝나 기관차가 원위치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라는 김 연구원의 말이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주었다.

녹 제거, 부식 방지 처리, 코팅 순으로 진행되는 이번 작업은 긴장과 인내의 연속이다. 보존처리 전문가 10명이 참여하지만 녹을 제거하는 데만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데다 신경 써야 할 일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녹 제거는 물을 뿌리듯 강력한 힘으로 미세한 나무 조각 등을 분사해 녹을 떼어내는 작업이다. 여기서 신경써야 할 일은 분사의 강도. 분사의 힘이 너무 약하면 녹이 떨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강하면 기관차 표면이 손상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존처리 이후에도 지금의 색깔과 모습을 유지하는 일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녹 색깔이 남아 있어야만 50년 세월의 흔적과 분단의 상흔, 문화재로서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녹을 제거하고도 녹이 슨 것 같은 색깔과 모습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날마다 포항 연구실에서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송 연구원은 화통 위의 단풍나무까지 그대로 보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관차는 2008년 5월까지 보존처리를 마치고 장단역으로 되돌아간다. 보존처리를 공동 주관하는 문화재청과 포스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보존처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 현장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곳은 단순한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이 아니라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함께 보여 주는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