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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발 성탄 선물은 끝내 없었다

Posted December. 23, 200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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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북한의 핵 동결 등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하지 못한 채 의장성명만 채택하고 22일 휴회했다.

핵 동결 조건으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 계좌의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핵 동결 논의를 BDA 은행 문제와 분리하려는 미국이 갈등을 빚는 바람에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또 회담 참가국 간에 회담 경과 평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참가국 전체가 동의를 해야 채택할 수 있는 의장성명의 문안을 조정하는 데도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 없는 북한 설득=한국과 미국은 18일부터 5일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북한과 수차례 양자협의를 해 BDA은행 문제 선결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설득했다.

또 회담 마지막 날인 22일 댜오위타이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과 각각 양자협의를 한 뒤 북한을 접촉했고, 중국도 북한과 막판 양자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이날 미국의 양자협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발표한 의장성명엔 구체적인 회담 결론 대신 회담 참가국들은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유용한 대화를 나눴다는 추상적인 내용이 들어갔다.

북한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베이징 댜오위타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거부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차기 6자회담 개최 여부 불투명=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후 폐막식에서 의장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가장 빠른 기회에(at the earliest opportunity) 회담을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BDA은행 문제를 푸는 해법과 초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해 큰 시각 차이를 드러냄에 따라 차기 6자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19, 20일 베이징의 미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을 오가며 워킹그룹을 열어 BDA은행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조사 결과를 부정해 북-미 간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릴 2차 워킹그룹에서도 북-미가 이번처럼 계속 평행선을 달려 BDA은행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차기 회담을 열어 봐야 이번 회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하며 그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유익한지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6자회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6자회담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게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특별한 외교 트랙(6자회담)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계속 BDA은행 문제의 선결에 집착할 경우 6자회담을 접고 대북 제재 일변도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