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핵 vs 핵 구도로 협상력 강화 노려

Posted December. 09, 2006 07:58,   

日本語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 유력 통신사들을 통해 연일 미국의 한국 내 핵무기 제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은 일제히 한국에 핵무기가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주장은 미국의 핵 위협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이에 따라 올해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핵 철수해야=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7일 북한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핵무기들이 한반도의 남측에 배치돼 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은 자위를 위해 핵 능력을 제고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 소식통은 특히 미국의 핵 위협이 제거되지 않고 적절한 안전보장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압력을 견디기 위해 방어적인 핵을 소유할 권리를 포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도 6일 북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하는 대가로 미국에 한반도와 주변국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해묵은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미국은 1989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전날 북한이 설사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한국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노무현 대통령도 8일 뉴질랜드 국빈방문 중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는 없으며 미국의 핵우산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두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1950년대 말 처음 배치된 주한미군의 핵무기는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비핵화 선언으로 전면 철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겨냥했나=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에서 미국의 초기 핵 폐기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 넘게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북한이 잇달아 한국 내 미국 핵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6자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속한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핵 대 핵 구도를 만들어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강조하고 6자회담을 핵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쳐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또 먼저 핵 폐기를 한 뒤 대북 경제지원 문제와 안전보장 및 평화체제 구축을 협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제안에 유보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6자회담에서 북한에 요구할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의 수준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것.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6자회담을 핵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자세를 유지할 경우 6자회담을 위한 사전조율 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일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측이 국내 일정을 들어 1월 초 6자회담 개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6자회담은 이르면 내년 1월 중순에나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