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수천억원 벌금-징역 기업엔 저승사자

Posted August. 19, 2006 03:02,   

日本語

거액 벌금에 징역형까지=3월 국내 산업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임원들이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배상금과 함께 징역형을 선고받자 큰 충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3억 달러와 1억8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벌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임원들이 징역까지 살아야 한다는 데 대해 국내 산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에게까지 이렇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은 가격담합 행위를 시장경제를 해치는 중죄(felony)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미국 내 정부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반독점법을 위반하면 4가지의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제품의 직접소비자와 간접소비자, 제품이 판매된 주(), 해외소비자 모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직간접 소비자는 피해액의 3배까지 청구할 수 있다. 반독점 행위가 적발되면 회사로서는 적어도 10년 이상 갖은 송사에 골머리를 썩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D램 가격 담합과 관련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 합의금으로 삼성전자는 6700만 달러를, 하이닉스는 73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사건 당사자 일부와 합의된 금액일 뿐이어서 앞으로 합의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BI도 반독점 감시에 나선다=미국 법무부가 3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임원들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밝히면서 앞으로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협조해 적극 감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같은 달 테러방지법(PATRIOT Act)을 개정하면서 가격담합과 같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감청을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단체인 자유무역의회(Voluntary Trade Council)의 의장인 S M 올리비아 씨는 이미 모든 반독점법 위반 사건에서 승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미국 정부가 감청 조항까지 신설하면서 반독점법은 이제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위력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8년 이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의 절반이 외국계 기업이었고 개인의 경우 25%가 외국 국적이었다. 또 2001년부터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는 개인에 대해서는 인터폴과 협력해 혐의자를 인도받을 수도 있다.

자국 이기주의인가 시장경제 수호인가=미국은 외교적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통상 분야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미국과의 거래에서 공정거래법이 수출 기업과 국가를 통제하고 옥죄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은 전 세계 항공화물 운송업계에 대한 가격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다. 한국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등 대부분의 항공사가 조사선상에 올랐다.

미국은 각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이 의심되는 자국 기업에 대한 공동 조사를 요구했다. 일본은 미국의 이 같은 제의에 응하지 않았지만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왕상한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자유시장경제와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남의 나라 주권과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감청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이라크전쟁 등 무력행사로 입은 손해를 금융이나 무역에서 보상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법률적 전통이 짧은 미국이 만들어 낸 몇 안 되는 20세기 경제법률도구인 반독점법이 시장 및 소비자 보호와 동시에 자국 이기주의의 도구로 쓰인다는 의심도 받지만 글로벌 시장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효진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