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호크

글로벌호크(Global-Hawk). 이름 그대로 매처럼 높이 날아 지상과 상공의 모든 군사정보를 낚아챌 수 있는 고고도() 무인()정찰기로, 1998년 미국 공군에 처음 배치됐다. 3000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20km 상공에서 북한면적(12만 평방km)보다 넓은 14만 평방km를 36시간동안 정찰하고 돌아올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30cm 길이의 물체까지 식별한다. 수집된 정보는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 화상형태로 지상 기지에 전송된다.

글로벌호크는 병력이나 무기의 움직임 같은 군사정보뿐 아니라 테러리스트 단체의 동향, 마약밀수 인신매매 해적선박 등도 감시한다. 한국이 글로벌호크를 갖고 있었다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도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쏠지 안 쏠지 모른다는 식의 헛다리짚기 창피는 면했을지 모른다.

1대 가격이 430억 원. 그런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6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력위원회(SCC)에서 4대를 팔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후에도 거듭 매달렸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수집된 정보를 공동관리하자는 미국과 독자()관리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지만, 미 측은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팔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에는 팔기로 한 미국이다. 글로벌호크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치사에서 5년 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제 20072011년 5년간 151조 원을 들여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자주국방이 된다면 오죽 좋을까. 그러나 한미동맹이 무너진 뒤 말만의 자주에 그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와 사회 일각의 친북반미()가 국민의 허리만 휘게 할 뿐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