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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한희원 환희에 춤추다

Posted May. 30, 200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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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A형인 그는 평소 표정 변화가 별로 없다. 화끈한 우승 세리머니와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우승을 확정짓고는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치열한 연장 사투 끝에 챔피언 갈증을 풀었다는 기쁨은 크기만 했다.

미시 골퍼 한희원(27휠라코리아).

그는 29일 미국 뉴욕 주 코닝C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닝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이미나(25KTF)와 타이를 이룬 뒤 연장 끝에 우승했다.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 우승 상금 18만 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3위(70만4208달러)로 올라섰다. 이미나는 2년 연속 준우승.

코리안 파워는 올 시즌 LPGA 12개 대회에서 우승 5회, 준우승 8회의 강세를 과시.

미나야 미안해

한희원은 16번 홀까지 이미나에게 2타 뒤져 있어 우승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17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를 넣은 뒤 18번 홀에서 다시 1m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 첫 번째, 두 번째 홀에서 팽팽히 맞선 이들의 대결에서 행운의 여신은 한희원 편이었다. 빗맞은 티샷이 두 차례나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온 것. 한희원은 네 번째 연장(8번홀)에서 2온 2퍼트로 파를 잡아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기는 바람에 보기를 한 이미나를 따돌렸다. 최후의 승자가 된 한희원은 연습 라운드를 자주 하며 가깝게 지내는 후배 이미나와 정답게 포옹했다.

여름 여왕 탈출

지난해까지 한희원이 올린 4승은 모두 7월 이후에 나왔다. 저혈압 증세가 있어 추운 날씨에는 맥을 못 췄다. 땀이 나야 힘을 내는 스타일.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40일 동안 하루 8시간의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소화한 덕분에 시즌 초부터 상승세를 탔다. 최근 4개 대회에서 2연속 준우승을 포함해 모두 5위 이내의 성적을 낸 끝에 드디어 정상에 골인.

사랑의 힘

한희원은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기혼자다. 2003년 12월 결혼한 야구스타 출신 손혁의 외조 속에 기량이 한층 성숙해졌다. 외향적인 남편 덕분에 한희원 역시 성격이 밝아졌다. 그래서 동료 선후배의 부러움을 산다. 한희원의 영향으로 최근 LPGA에는 약혼자, 남자 친구의 응원을 받는 한국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이번 대회에는 남편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스포츠의학을 공부하고 있어 동행하지 못했다. 우승 후 한희원은 오빠(남편)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며 웃었다. 다음 주에는 방학을 맞은 남편과 재회할 계획이라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