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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속 의연한 자태 네가 바로 독도구나

Posted March. 31,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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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를 동반한 터뷸런스(난기류)입니다.

28일 오후 5시 40분경 동해 울릉도 인근 바다 400m 상공. 동해 초계비행(적의 공습으로부터 특정한 대상물을 보호하기 위한 비행)을 위해 발진한 해군 제6전단 소속 해상초계기 P-3C의 조종간을 잡은 이진용 중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풍으로 기체는 심하게 요동쳤다. 사방은 온통 먹구름이 끼어 시계()도 최악의 상황. 저공비행하는 P-3C의 창 밖으로 거대한 파도가 초계기까지 덮쳐올 듯 넘실댔다.

조종석 뒷자리에서 간신히 몸을 가누던 기자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대원들과 기체의 안전을 책임진 현장 지휘관인 이 중령이 결단을 내렸다.

울릉도 초계는 취소하고 독도로 간다. 고도 5000피트(약 1500m) 상승 후 전속 비행.

악천후를 피해 급상승했지만 불안정한 기류로 기체의 흔들림은 여전했다. 독도 상공도 이런 날씨라면 모든 임무를 취소하고 귀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중령의 얼굴에 착잡함이 묻어났다.

동아일보 창간 86주년을 맞아 영토와 영공, 영해의 파수꾼인 P-3C를 타고 독도를 찾은 기자는 일본의 끊임없는 영유권 주장에 시달리는 이 섬을 눈앞에 두고 기수를 돌리는 일이 없길 간절히 기원했다.

오후 6시 10분경 독도 상공에 다다른 P-3C가 천천히 하강해 먹구름 층을 통과하자 검푸른 바다 저편에 섬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잠시 후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독도의 장엄한 모습이 펼쳐졌다.

목숨 바쳐 날 지켜준 선배 지킴이들처럼 그대들도 강풍과 눈보라를 뚫고 날 보러 와 주었구나. 외롭지만 당당해 보이는 독도가 말을 거는 듯했다. 조선시대 홀홀 단신으로 독도에서 일본인들을 쫓아낸 안용복 선생, 625전쟁의 틈을 타 독도를 강탈하려는 일본 해경과 격전을 치른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의 헌신과 독도 사랑이 절절이 느껴졌다.

마침 사납던 바람도 다소 가라앉았다. P-3C는 독도 상공 300m까지 내려가 주변을 수차례 선회하며 일본 순시선과 어선들의 접근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예정된 초계임무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대원들은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기수를 북으로 돌렸다.

북방한계선(NLL) 남쪽 10마일(약 18km) 상공까지 접근한 P-3C는 조종석 아래에 탑재된 적외선열상장비(IRDS)를 가동해 인근 해상의 선박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수면과 함정의 온도 차를 감지해 선박 형태까지 잡아냈다.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귀 선박의 국적과 선명을 밝혀 주십시오.

무선통신을 받은 선박들의 답신이 이어졌고 P-3C는 육안식별을 위해 해상 100m까지 하강했다.

더러 북한 선박들도 있었다. 북측 선박이 남북이 합의한 항로를 이탈하거나 지시에 불응할 경우 절차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이게 된다고 대원들은 말했다.

칠흑 같은 밤에도 P-3C의 임무는 계속됐다. 기내에 탑재된 여러 개의 레이더 화면에는 주변 해역을 지나는 모든 함정의 종류와 항로가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었다. 이런 전천후 성능 덕분에 P-3C는 전투기나 함정의 출동이 힘든 악천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조종사인 박일수 소령(해사 47기)은 악천후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토를 수호하는 파수꾼은 P-3C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오후 9시경 임무를 마친 P-3C가 경북 포항기지 활주로에 안착하자 대원들은 격려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해군 6전단장 임철순 준장은 현재 8대인 P-3C가 2010년까지 16대로 늘어나면 24시간 물샐틈없는 감시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