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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뽕짝 들어보실라우?

Posted January. 25,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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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 메들리 500만 장 가볍게 돌파

설날 가족끼리 귀성하는 차 안에서 트로트 음악이 울리면 10대들은 불평한다. 아휴 이런 노래를 요새 누가 들어? 그러나 알게 모르게 입 소문으로 팔리는 트로트 음반들은 여느 인기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을 가볍게 웃돈다. 전국 140여 개 휴게소에서 들을 수 있는 대중음악의 제 3지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 뽕짝 음반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반은 1980년대 후반 가수 주현미가 발표한 쌍쌍파티 음반의 인기 이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무명 가수들이 기성 가수들의 히트곡을 부른 트로트 메들리 형태로 존재했다. 고향 가는 길이라는 귀성길 전문 트로트 메들리 음반 등 100만장 이상 팔린 음반만 10장을 갖고 있다는 가수 진성을 비롯해 1995년 안방 메들리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는 신웅, 고속도로에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며 발라드 풍의 트로트 메들리 음반 카페 드라이브 뮤직 시리즈 20장으로 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김란영 등 스타들도 여럿이다. 현재는 아예 독집 음반을 발표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도 많다. 사랑의 밧줄의 김용임, 천년을 빌려준다면의 박진성, 노골쏭이라는 성인 가요를 부른 정희라 등이 대표 인기 가수로 꼽힌다.

최근 태클을 걸지마라는 신곡을 발표한 가수 진성(46)은 9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한 데뷔 15년 차 베테랑 가수. 그는 고속도로 음반은 여러 가수가 부른 인기곡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고 음악 자체가 신나고 즐거워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싼 가격-최신곡모음 매력 갈수록 불티

고속도로 음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음반 판매량에서는 기성 가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음반 전문 유통사인 하나미디어의 박재영(47) 사장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매된 10여 장의 음반 모두 10만 장 이상 판매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음악은 MP3나 디지털 음원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음반으로만 존재하고 최근 인기 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한 앨범에서 메들리로 들을 수 있으며 비교적 싼 가격(두 개 기준으로 테이프 6000원, CD 1만 원)에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4050대 중장년 소비층에 어필하고 있다. 고속버스 운전사 강원철(41) 씨는 기분이 우울할 때나 졸음이 몰려올 때 고속도로 음반을 들으면 신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의 음반 제작비는 얼마일까? 현재까지 40장의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신웅(48)은 과거 저작권의 개념이 없었을 때만해도 100만200만 원의 저렴한 제작비로 음반을 냈지만 지금은 저작권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대략 1000만 원부터 1억 원까지 든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음반 전문 제작사인 새샘음반의 문병초(54) 사장은 저작권 개념이 강해져 과거 무명 가수들이 만들어냈던 불법 짬뽕 음반은 없어진 상태라며 합법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제작된 옴니버스 음반이 대세라고 말했다.

지루할땐 리사 오노, 아이들 징징대면 엔야가 딱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대략 10시간이 소요 됩니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기쁜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다. 모든 도로가 마비 됐다는 라디오 방송, 징징대는 아이들 귀성길이 곧 지옥길로 변한다. 이 모든 짜증을 한 번에 날려 보낼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악이다. 과연 어떤 음악을 들어야 귀성, 귀경길이 신날 수 있을까?

첫 출발은 상큼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너무 강렬하고 자극적일 경우 금방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듣고만 있어도 날아갈 듯한 일본 출신의 여성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의 2001년 작 유 아 더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나 프리티 월드, 국내 베이스 연주자인 모그의 최신 앨범 저널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주곡도 좋다.

점심을 먹으면 으레 찾아오는 식곤증. 이 때 빠른 댄스 음악도 좋지만 너무 빠를 경우 오히려 리듬에 묻혀 꾸벅꾸벅 졸기 십상이다. 나른한 점심 직후 시간에는 무자극의 포크 록이나 애시드 재즈가 적당하다.

이한철의 폴링 인 러브나 노르웨이 출신의 애시드 재즈 밴드 디사운드의 두 아이 해브 어 리즌 등의 모던 사운드를 추천한다. 또 영국 가수 사이몬 웹의 팝 발라드 레이 유어 핸즈도 정신을 맑게 하는 곡.

아이들이 징징댈 때, 무조건 음악을 끄고 소리를 지르지 말길. 심호흡 크게 한 번 한 후 안정을 줄 수 있는 잔잔한 음악으로 바꾸면 어떨까?

아일랜드 출신의 뉴에이지 아티스트 엔야의 최근 음반 아마란틴의 화음이 아이들을 진정시킬 것이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