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문순(49) 사장이 28일 본부장과 국장급에 대해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MBC는 이날 신종인(58) 부사장과 고석만(57) 제작본부장을 제외하고 본부장과 국장급을 최 사장과 3년 안팎의 선후배들로 구성했다. 이날 인사에서 엄기영() 특임이사만 유임됐으며 나머지는 모두 교체됐다.
정흥보(49)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은 대체로 무난한 성향의 인물이며 프로그램 제작 일선을 총지휘하는 국장급에는 최 사장과 오랫동안 진보적 코드를 맞춰온 인물들이 중용됐다. 이에 따라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른바 개혁을 주장하는 논조를 강조하고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언론 비판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진(48) 보도국장은 MBC TV 뉴스투데이(월금 오전 6시)의 칼럼 신용진의 정치보기에서 중도 진보적 색채의 논평을 해왔다.
정일윤(51) 보도제작국장은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출신으로 지난해 탄핵정국 때 MBC 보도가 편향성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비이성적 언론관을 개탄함이라는 반박 논평을 주도했다. 정 국장은 1월 사내 게시판에 최 사장 등 전() 노조전임자들과 함께 MBC 뉴스가 보수화를 넘어 수구화되는데 책임을 지고 이긍희() 사장과 구본홍() 보도본부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진용(47) 시사교양국장은 20022004년 PD수첩을 맡아 친일파는 살아있다 SOFA, 미군 범죄의 면죄부인가 등 진보적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지난해 2월 방영된 친일파에선 한나라당 최모 의원의 부친이 일제강점기 면장을 지냈다는 보도로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을 받기도 했다.
홍보심의국장으로 임명된 정길화(46) PD는 MBC TV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를 부각시키는 3부작을 내보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견제한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국장에 임명된 손석희(49) 아나운서는 1992년 노조 파업 당시 쟁의대책위원으로 구속되는 등 노조와 밀접한 인연이 있다.
이밖에 드라마국장엔 이은규(49) CP가 임명됐고 예능국장엔 !느낌표의 김영희(45) PD가 차장에서 부장대우로 승진한지 10일만에 고속 승진했다.
MBC 노조(위원장 김상훈)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경질을 요구할 만한 인사가 없고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하겠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경영본부의 한 간부는 실무진인 국장급에 진보 성향의 인사를 대거 중용해 MBC의 프로그램이 앞으로 진보 코드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부장대우에서 국장으로 승진한 케이스가 많아 이전 부국장이나 부장들의 처신이 곤란해졌다고 말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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