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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일총리 겨냥 비판

Posted March. 01, 20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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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일 사실상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겨냥한 비난 발언을 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에 대해 한마디 꼭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절제하는 것이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양국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 지각없는 국민이나,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적 지도자는 지난달 27일 앞으로도 매년 신사참배를 강행하겠다고 발언한 고이즈미 총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굳이 역사적 사실을, 오늘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법 제도의 변화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과 정부가 절제할 수 있도록 일본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측이 미리 배포한 기념사 원고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으나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원고를 직접 수정해 이 대목을 포함시켰다.

노 대통령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과 관련해서는 간섭 침략 의존의 상징이 어엿한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국민의 품에 돌아올 것이라고 평가한 뒤 머지않아 한국군 중심의 안보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스스로 자주와 독립을 지킬 만한 넉넉한 힘을 갖고 있다. 친미냐 반미냐 이렇게 얘기하지 말자. 친미냐 반미냐가 우리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항일을 했던 사람, 친일을 했던 사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던 사람들 사이에 맺혀 있는 갈등과 좌우 대립 사이에 생겼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용서하고 화해하는 지혜를 만들어가자고 국민통합을 강조한 뒤 동()이다 서()다 나라를 지역으로 갈라서 정당이 뭉치고 감정대립을 하는 정치도 이제 끝을 내자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