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203억 압수

현대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 검사장)는 3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로부터 받은 돈을 관리하고 있는 김영완()씨의 300억원대 비자금을 발견해 이 중 압수가 가능한 203억원을 우선 압수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씨가 관리하던 비자금에는 박씨와 권씨의 의뢰로 보관하던 350억원 중 이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170억원 외에 출처가 불분명한 100억원 이상의 돈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씨가 현대측으로부터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을 건네받아 김씨에게 돈세탁을 해 보관토록 한 뒤 올 3월 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가져오게 해 30억원가량을 썼으며 나머지 120억원은 김씨가 지금까지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박씨를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에게 돈을 전달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0년 4월 서울시내 P호텔 22층 주점 룸에서 이익치 전 회장을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금강산관광사업 활성화 지원 요청과 함께 제공한 CD 150억원을 건네받았다.

박씨는 며칠 뒤 P호텔 객실로 김씨를 불러 CD 150억원에 대한 돈세탁과 함께 관리를 의뢰했고, 김씨는 금융계 출신의 임모씨(해외체류) 등을 시켜 50억, 50억, 40억, 10억원 등 네 뭉치로 쪼게 돈 세탁한 뒤 도용계좌나 차명계좌 등을 통해 관리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완씨는 최근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이미 쓴 돈의 용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남은 120억원은 향후 정치적 필요에 의한 자금으로 쓰기 위해 남겨놓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