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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생활을 바꾼다

Posted September. 01, 20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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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풍속도=무엇보다 국내여행사들이 찬바람을 맞았다. 울릉도 전문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주말 2박3일 여행객이 올여름 30%가량 줄었다며 예년과는 달리 태풍이나 폭풍우도 거의 없어 출항이 불가능한 날이 없었는데도 지레 여행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야외활동이 많은 레저와 여행 분야의 인터넷 직장인동호회 사이트에는 석 달 연속 우기()라니, 우리나라가 동남아로 변했나요 올 여름은 빗물 조심하느라 아예 미니스커트와 샌들 차림으로 돌아다녀요라는 등의 원망 섞인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서울 여의도 한강수영장 관계자는 비 때문에 지난 주말에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풀장에 100여명만이 왔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비 덕분에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은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의 여파에서 벗어나 평일 80%, 주말에는 90% 이상 객실을 채웠다. JW메리어트호텔 김지은() 홍보실장은 특히 서머패키지 상품을 통해 교외 대신 객실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헬스클럽, 마사지 센터 등을 이용한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도 가정요리 특수를 이뤘다. LG홈쇼핑은 고등어 게장 김치 등의 식품류 편성 횟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할인점과 백화점에서는 우비 우산 습기제거제와 라면류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여름에 느끼는 우수()=결혼정보회사들은 비에 젖은 날씨를 맞선에 적합한 기후라며 반기고 있다. 일조량이 줄고 습기가 많으면 생체리듬을 주관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감소돼 외로움을 유발시킨다는 게 이들 회사들의 마케팅 활용 논리.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오미경 대리는 비 오는 주말에는 맞선 성공률이 높아 회원들의 참여도도 덩달아 오른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비로 습도가 높아지자 관절염 식중독 등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또 햇볕을 못 쬐는 날씨 탓에 우울증환자도 늘어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특히 노인들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을 많이 호소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예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면서 습도가 높아지면 면역, 소화 기능이 약화되고 나이가 들수록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비 언제까지?=지역에 따라서는 3일 동안 무더위가 이어지다 4일간 연속해서 비가 오는 삼열사우() 현상까지 생겨나며 전체적으로는 여름의 절반 이상 비가 내렸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6월에서 8월까지 92일 동안 비가 내린 날은 서울 50일, 대전 54일, 부산 44일이었다.

서울의 경우 장마 뒤인 8월 한 달 동안에만 18일간 비가 와 평년 대비 강수량이 206% 는 반면 일조량은 146% 감소해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7주 연속 주말에 비가 내렸으며, 이번 주말인 6, 7일에도 비가 내릴 전망이다.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김정운() 교수는 오히려 이런 날씨를 계기로 무조건 옥외로 나가 여가를 즐겨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수집이나 컴퓨터게임 같은 마니아적 취미를 갖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고 말했다.



조인직 유재동 cij1999@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