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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행위라도 북송금은 위법"

Posted August. 18, 20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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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북 송금 의혹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되는 등 관련자 7명에게 징역 51년이 구형됐다.

이날 재판 과정에서 송두환() 특별검사는 설령 통치행위라도 위법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처벌을 요구한 반면 박 전 장관 등은 실정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남북평화 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9월 5일 오전 10시.

특검팀의 구형=송 특검은 박 전 장관 외에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에 대해 각각 징역 3년,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2년,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1년을 구형했다.

송 특검은 논고를 통해 특검 수사는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고, 남북정상회담의 추진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한 것이라며 설령 대북정책을 통치행위로 본다 하더라도 불법 대출 및 불법 송금 행위까지 모두 통치행위라고는 할 수 없고, 위법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적 합의와 토론을 거쳤다면 국민이 두 패로 갈라져 상호 적대, 비방하고 마침내 특검수사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고인들이 통치행위론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아전인수식으로 원용, 면죄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박 전 장관 등 피고인들은 실정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남북평화와 통일의 당위성 그리고 국가경제를 생각해 내린 정책적 판단이었음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통해 북한은 법적으로는 엄연한 이적 집단이지만 같은 민족으로, 언제까지 적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남북문제는 남과 북 각각의 눈높이가 아닌 민족의 눈높이로 봐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최후진술 내용을 A4용지 3장에 써와 눈길을 끌었다.

임 전 원장도 햇볕정책의 추진으로 냉전의 장벽을 뚫고 남북 경제 협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시작이 반이며 최근의 북핵 문제만 원만히 해결된다면 통일도 멀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 1억달러 은폐 기도=이날 공판과정에서 특검팀 수사기록을 통해 박 전 장관, 임 전 원장, 이 전 수석,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등 대북 송금 사건의 주역들은 북측과 약속한 정부 부담금 1억달러 합의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등에 따르면 박 전 장관 등 4명은 4월 17일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4월과 5월 4차례에 걸쳐 모임을 갖고 1억달러 부분을 특검 수사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은폐 시도는 현대측의 북한 송금 액수 및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1억달러의 존재를 포착한 특검팀이 정 회장을 추궁해 정부 대신 1억달러를 송금했다는 자백을 받아냄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