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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 무산, 이젠 검찰밖에 없다

Posted July. 22, 20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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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사건 보완수사를 위한 새 특검법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내 무산됐다. 거의 한 달에 걸친 여야의 비타협적인 공방과 그로 인한 법안 표류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 같은 결말은 이미 예정됐던 게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막무가내로 특검은 안 된다며 억지를 부리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 온 여당이 더욱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규명이 불가능한 사안까지 수사 대상에 얹어 거부권 행사의 빌미를 마련해준 야당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거부권 행사를 사전 예고한 청와대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재의()하지 않겠다고 미리 다짐한 야당을 보면 뭔가 그들만의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야의 반응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여당이 사필귀정()이라고 말한 것부터가 가당치 않다. 대북 송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밝히다 말고 덮은 것을 어떻게 바른 일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야당이 대선자금 특검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노 대통령의 이중잣대를 비난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새 특검법안에 관한 한 야당 역시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특검법안이 실종됨에 따라 이제 대북 송금사건 수사는 미완인 채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대북 송금 의혹이 그대로 묻힐 리 없다. 진상이 모호할수록 오히려 의혹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파생 의혹인 현대비자금 의혹이라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그것은 검찰의 몫이다.

현대측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주었다고 하는 비자금 150억원과 관련비리 의혹만큼은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에서 특검 발동을 재론하는 치욕적인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대북 송금사건 수사를 회피해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던 검찰은 관련비리 수사라도 제대로 해 잃었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