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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차 때문에 진상규명 못해서야

Posted February. 07, 20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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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대북 비밀송금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차츰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나 협상은 계속 맴돌고 있다. 국회에서의 관련자 비공개 증언,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 특별검사제 도입 등 해법은 나와 있는데 여야간의 접근법이 달라서다. 그러나 그럴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미리부터 특검 불가라고 못을 박을 이유가 없고, 한나라당은 무조건 특검부터 하자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할 필요가 있다면 순서에 따라 세 가지 다 하면 된다.

모든 의혹은 진상규명이 우선이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이므로, 진상규명 차원에서 먼저 관련자 증언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검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증언은 물론 진솔함이 전제돼야 한다. 또다시 해명성 증언에 그친다면 오히려 의혹만 부풀려 안하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다만 관련자들의 비공개 증언에는 두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다. 증언의 진위를 가리는 수단이 없다는 것과 증언을 직접 접할 수 없는 국민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다행히 정치권이 납득할 만한 증언이 이뤄졌다면 입증은 불필요하다. 그 경우 대국민 설득은 정치권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일 경우엔 진상규명을 위한 강제절차가 불가피하다. 이 또한 국회에 결정권이 있으므로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원하면 언제든지 특검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사결과에 따라선 관련자들에게 정치적 책임 이상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야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고질적인 상호불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여당이 적당히 의혹을 덮으려 한다고 의심하고, 여당은 야당이 필요 이상으로 정치쇼를 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아직도 국민의 무서운 분별력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대북송금의 진상규명이라는 한가지 점만 염두에 두면 협상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