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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러고도 정상회담 대가 아닌가

Posted February. 06, 20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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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5억원의 북한 입금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하루 전날인 2000년 6월12일에 완료됐다는 관계자의 증언은 이 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였다는 의혹을 짙게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회담 일정까지 늦춰가면서 하필 그 날짜에 입금을 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이 문제의 핵심은 이 정부가 왜 국민에게 비밀로 하면서까지 북한에 거액을 퍼줄 수밖에 없었느냐에 있다. 2억달러냐 그 이상이냐, 어떤 과정을 통해서냐 등은 부차적인 것이며 본질은 몰래 거액을 건네준 음험한 이유에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 그 돈이 떳떳한 남북 경협자금이었다면, 송금 당시나 지금이나 자금 제공 명목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까닭이 없다. 거금을 주고라도 서둘러 김정일() 위원장을 만남으로써 햇볕정책의 성공을 세계에 과시하고 나아가 노벨상 수상까지 노리는 사욕()의 통치행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절묘하게 날짜를 맞춰 입금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 돈은 북한에서도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쓰였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또 다른 이유도 바로 국책은행의 대출금이 남북 공히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이나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서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사욕들을 채우는 데 악용됐을 개연성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평가에 인색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의 북핵 위기나 두 차례의 서해교전 등 남북 대치 현실은 회담 전보다 오히려 악화된 형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해 정상회담을 해야 했는지 참담해진다.

대북 비밀송금이 남북 두 정상의 사사로운 욕심과 연관돼 빚어진 일이었음이 드러난다면 여기에 면죄부가 주어지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모든 것을 밝힌 다음 국민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햇볕정책의 비극이 앞으로 투명하고 당당한 호혜평등의 남북관계로 승화되는 것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