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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상 규명하자며 수사 포기하나

Posted February. 03, 20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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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해 3원칙을 밝혔지만,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진상은 밝혀야 하지만,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상반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는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은 검찰에 넘겨진 공을 다시 국회에 넘긴 느낌이 든다.

노 당선자의 고민을 감안하더라도 3원칙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민족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해결돼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핵심 측근들의 주장보다 진전된 게 별로 없다.

여권인사들의 말이 자꾸 엉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칙을 얘기하면서 그와 상충하는 전제나 조건을 달고, 전모가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지레 그 파장과 효과부터 염려하기 때문이다. 여권인사들이 조바심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이 문제와 관련한 사법적 단죄만은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명백한 이치마저 망각하거나 외면하는 듯하다. 첫째, 의혹 증폭으로 인한 국론분열 이상 국익을 저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둘째, 수사의 주체나 절차는 국익과 상관이 없고, 검찰의 수사 여부까지 국회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셋째, 진상을 모르고서는 법문제인지 정치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넷째, 정상참작도 진상규명 이후 여론에 따라야 한다.

검찰도 그렇다.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도 전에 적용 법규나 사법처리 대상을 따지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의혹해명기관이 아니라며 검찰의 철학을 내세우는 것도 의혹 있는 곳에 비리와 불법 있다는 경험칙과 배치된다. 진상규명 방법을 국회에 맡기기로 한 것만 해도 자존심 상할 일인데, 그래도 이리 재고 저리 살피는 검찰이 안타깝다.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당장 수사에 나서 낱낱이 의혹을 밝혀야 한다. 여권이나 검찰이나 더 이상 우물쭈물하다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