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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는게 통치행위인가

Posted February. 02, 20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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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은 거짓말 정권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으로 압축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대북 지원용으로 2235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하자 시민들은 처음에는 터무니없다며 부인하더니 결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설을 맞아 가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사법처리는 부적절하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일부 인사들은 통치행위라며 합리화하려는 주장은 제왕적, 봉건군주적 발상이라며 비밀리에 거액을 북한에 건넨 사건은 통치행위라기보다는 이적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설가 박완서(72)씨는 설마 했던 것들이 항상 사실로 들통나는 정치판에 넌덜머리가 난다며 대통령이 그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박홍원() 교수는 (사실을 숨긴 것은) 통치행위를 명분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억압한 행위라며 거짓말로 일관해오다 뒤늦게 시인한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제가 어려워 실업자가 급증하는 판에 정부가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주인인 국민 몰래 사용해도 되나(회사원 계명국씨29), 한푼도 뒷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더니 이제 와서 통치행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얕보는 것(장우승 변호사)이라는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사실과 책임을 규명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김석준() 교수는 통치행위란 법 테두리 안에서, 도덕적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략적 계산으로 국민을 속인 행위는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건 참모건 여당이건 돈을 주고 (북한과) 뒷거래를 한 것은 철저히 책임을 따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국장도 민간단체가 인도적 차원에서 하는 대북 지원사업도 까다로운 감시와 확인 절차를 밟는다며 하물며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엄청난 돈을 국민 모르게 지원한 것은 문제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환경과 사람 정현석 대표는 현대상선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당국에 신고도 안하고 송금했다면 당연히 외화밀반출로 처벌돼야 한다며 액수가 크면 클수록 떡값 통치행위라는 미명으로 덮어지고, 고위층은 온갖 거짓말을 해도 문제삼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세계적인 나라가 될 수 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법조계에서도 사법적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는 김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을 지배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하창우() 변호사는 대통령이 통치행위라는 주장으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 변호사도 대통령이 국민적 동의 없이 밀실에서 결정한 사안을 말 몇 마디로 덮으려는 것은 문제라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