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대북 송금 정치적 타결 안 된다

Posted February. 02, 2003 22:22,   

日本語

설 민심이 매우 안 좋았다고 한다. 현 정부가 2235억원이란 엄청난 돈을 북한에 몰래 보내놓고도 그동안 그런 적 없다며 거짓말을 거듭해온 것에 대해 국민이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대북 비밀송금보다 정부의 거짓말에 더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의 양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현대상선 자금이 북에 지원됐다 해도 사법심사는 부적절하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법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이해해 달라는 것인데 설 연휴에 나타난 민심은 한마디로 이제 와서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북 비밀송금 문제의 정치적 타결을 주장한 문희상() 새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어제 발언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 내정자는 김 대통령이 비밀송금을 사실상 시인한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덮고 넘어가자는 것인데 이 또한 설 민심과는 크게 동떨어진 얘기다.

지금 국민은 대북 비밀송금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나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은 진실을 밝히고 난 뒤에 판단하고 정리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 대통령은 검찰수사는 안 된다고 하고,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정치적으로 타결하자고 해서야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공연히 김-노 막후 타협 의혹만 덧붙일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는 그동안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 정치적 고려 없이 검찰 수사를 통해 원칙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원칙은 지켜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새 정부가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타결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