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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 세계는 미국을 싫어할까

Posted December. 06, 200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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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는 미국의 영도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유, 정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의 영도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수출하는 가장 위대한 가치는 자유이며 우리에게는 전세계에 자유를 주창해 나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연설 내용이다. 자유 정의 평등은 미국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그러한 가치가 온 세계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요즈음 이러한 기치를 내세운 부시 대통령과 미국을 대하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세계인의 불만이 지난 2년 동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연구센터가 올 710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함께 전세계 44개국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2000년 미 국무부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볼 때 27개국 중 19개국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줄어들었다. 이웃인 북남미 대륙에서는 캐나다와 과테말라를 제외한 7개국에서 호감도가 416%포인트 줄었고, 미국의 맹방인 영국에서조차 8%포인트 감소했다. 이슬람국가들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맹방, 동유럽, 개도국 할 것 없이 나타난 양상이다.

이 조사가 부시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미국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부시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반미정서는 반미감정보다는 반 부시 감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우방인 캐나다 총리 대변인이 부시 미 대통령을 저능아라고 공격해 화제가 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말썽이 일자 대변인은 사표를 제출했으나 총리가 수리를 거부하다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얼마 뒤에 수리했다.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어렵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좋지 않게 보려는 외국 선전기관들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조사결과에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국무부가 전문가들에게 자문까지 해가면서 반미감정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사를 주도한 사람이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였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사원들이 63개 언어로 번역된 설문지를 들고 거의 대부분 응답자의 집을 방문해서 나온 결과를 그렇게 폄하해도 되는지 의아해진다. 신문 사설도 읽지 않고, 방송에서 전문가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소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는 보도가 새삼스럽지 않다는 느낌이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