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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핵, 한-미 시각차 심각하다

Posted October. 20, 20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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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식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확보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두 나라간에 확연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단호하다. 지난 주말에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되려면 북한이 먼저 핵개발 프로그램을 청산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1994년 이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틀이 되어온 제네바 기본합의를 북한이 먼저 위반했고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보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 같은 대응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로 너무도 차분한 모습이다.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시인 사실을 북한이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부터가 미국 입장과는 천양지차다. 이 같은 인식 차가 당면한 핵위기를 타개하는 방법론상의 차이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정부는 또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 계획을 8월에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이를 감춰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앞에서는 남쪽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뒤에서는 비밀리에 핵개발을 도모해온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꾸짖기보다 이해하고 동정하려고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물론 이 시점에서도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갖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화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면서 한미간의 대북 시각차를 좁혀 가는 길이다. 아울러 북한도 이제 남측이 제공하던 온정주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현실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