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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감동시킨 소녀의 탄원

Posted January. 17, 20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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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님, 죽은 엄마도 주먹을 휘두른 아빠를 이해하셨을 거예요. 이제 사랑하는 아빠를 용서해 주세요.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아버지를 위해 헌신적으로 탄원해온 한 10대 소녀의 간절한 호소가 법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모양(17)의 가정에 불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5월. 호프집을 운영해온 이양의 아버지(44)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마구 때려 숨지게 했던 것. 이씨는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이양은 청각장애인인 오빠를 대신해 소녀 가장 역할을 떠맡아야 했다.

이양은 즉시 동네 사람, 학교 친구 등을 상대로 아버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아빠가 질투심에서 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해 왔다고 호소해 900여명의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했다.

모 여성단체가 극악한 가정폭력이라며 엄한 처벌을 법원에 촉구하고 나서자 이 단체를 찾아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이양은 또 합의를 거부한 외삼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가 거주하는 아프리카 토고행 비행기를 탔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외삼촌의 냉대를 받아가며 호소하기를 한달. 이양은 결국 합의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2부(이성룡 부장판사)는 11일 이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0년, 1심에서 선고된 징역 5년보다도 낮아진 형량이다.

재판부는 아내를 1시간 이상 끌고 다니면서 심하게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 경위와 죄질은 대단히 나쁘지만 이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딸이 먼 곳에까지 가서 용서를 받아온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낮춘다고 밝혔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