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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귀국 바라만 본 검찰, 말맞추기 말미 준 건가

최순실 귀국 바라만 본 검찰, 말맞추기 말미 준 건가

Posted October. 31, 2016 08:53,   

Updated October. 31, 20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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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어제 영국을 통해 전격 귀국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공항에서 즉각 소환하지 않고 하루 이틀의 말미를 줌으로써 말맞추기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검찰은 “조사받을 사람이 해외에서 귀국하면 통상 하루 쉬게 해준다”며 “국내 소재 등을 다 파악해놓고 있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이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장본인을 일반 혐의자에게 적용하는 관례로 다룰 상황인가.

 최씨의 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너무나 큰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라면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씨의 자해나 최 씨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검찰은 최 씨를 즉각 소환했어야 한다.

 27일 세계일보와의 유럽 현지 인터뷰 때만 해도 귀국을 거부하던 최 씨가 지난 주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을 바꿔 조기 귀국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 잠적해 연락을 끊었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도 곧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의향을 내비쳤다. 사건 연루자들이 갑자기 일제히 조사에 응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어떤 지침에 따라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그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로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책임자인 대통령의 승낙이 필요한데, 압수수색을 받은 전례가 없고 임의제출이 관례라는 것이다. 검찰이 여론을 등에 업고 강하게 압박하자 청와대는 어제서야 비교적 많은 자료를 내놓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대응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소관이었다. 최순실 씨 등 관계자들의 검찰 조사에 대한 준비도 모두 그가 지휘했을 수 있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은 이제 최순실과 우 전 수석의 처가 땅 매각 사건에 어른 거린 그의 그림자를 지워야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사과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최 씨의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해명이 연루자들 간에 말을 맞추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주말 최 씨 등이 문화융성사업의 예산을 좌지우지했다는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문체부의 대응 역시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어차피 이번 수사는 여야 합의에 따라 특검으로 가게 돼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특검에서 검증되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시험받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