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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의 사드· 평화협정 기류 변화, 한국 뒤통수 맞는 것 아닌가

<사설> 미-중의 사드· 평화협정 기류 변화, 한국 뒤통수 맞는 것 아닌가

Posted February. 27, 2016 07:22,   

Updated February. 27, 20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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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강력 봉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이슈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선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배치에 급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한 발 더 물러선 표현이다. 왕이 중국 외교 부장도 같은 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를 거듭 밝히면서 “북 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는 평화회담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또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는 대신 미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는 쪽으로 양국이 전략적 거래를 한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던 한국만 난처해지는 상황이다. 엄중한 정세 속에서 미-중이 우리의 안보에 직결된 사안에 대해 흥정할 수 있음을 정부가 과연 알고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다.

 평화협정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당장은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제기하고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개연성이 크다. 최근 들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25년간 유지됐던 ‘선(先) 비핵화-후(後) 평화협정‘이라는 대북 협상의 틀이 바뀌는 조짐이다. 대북 제재만으론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려운 현실을 들어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러시아도 평화협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북한에서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 북-미 수교 등과 연동돼 있어 간단히 끌려갈 수 없는 문제다. 북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한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외교안보 상황이 우리 뜻대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는 답변 말고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이번엔 반드시 북이 핵과 미사일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을 감수하며 전례 없는 대북 압박에 나섰다. 국제사회도 사상 초유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중이 보인 고공 플레이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자칫하면 조역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운다. 미-중의 기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두 나라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