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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지도자로서 수치” 트럼프, 교황에도 막말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 트럼프, 교황에도 막말

Posted February. 20, 2016 07:36,   

Updated February. 20, 20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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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막말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 시간) 6일간의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히스패닉의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교황은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교황의 발언을 전해들은 트럼프는 이를 반박하는 긴급 성명을 냈다. 20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키아와 섬에서 유세 중이던 그는 양복 안 주머니에서 성명서를 꺼낸 뒤 얼굴까지 붉혀가며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장로교 신자라고 밝혀 온 트럼프는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대통령이 되면 지금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기독교가 계속 공격받고 약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에게 ‘돌직구’를 맞은 트럼프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가 노리는 궁극적 전리품인 바티칸이 IS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교황은 그제서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더라면’ 하고 기도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교황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이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 인구의 70.6%는 기독교인(가톨릭 포함)이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20.8%로 복음주의 신자(25.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트럼프는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는지 이날 오후 CNN이 주최한 타운홀미팅에서 “교황과 싸우고 싶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