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란 관련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되기 전 자체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규는 10여 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신설되는 예규안에 따르면 ‘국가적 중요 사건’은 전담재판부를 두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해선 “형법상 내란죄,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에 대한 사건으로 사안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파장이 매우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며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중요 사건의 ‘관련 사건’도 함께 전담재판부에 배당할 수 있도록 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뿐만 아니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관련 공범들의 사건까지 모두 전담재판부가 맡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상 내란 특검에서 기소한 사건은 전담재판부에서 대부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비롯해 한 전 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핵심 피고인들의 1심 선고가 내년 1, 2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들에 대한 항소심을 사실상 모두 서울고법 전담재판부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자체를 새로 꾸리는 민주당 안과 달리 대법원 안은 기존 서울고법 내에 있는 형사재판부 중 무작위 방식으로 재판부를 배당한 뒤 내란 관련 사건만 전담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피하기 위해 이미 진행 중인 1심 대신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사건을 맡는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재판 법관을 별도로 뽑도록 한 내용이 대법원장의 인사권한을 침해할 수 있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조금이라도 위헌 소지가 있고, 사건 당사자 측에서 문제 삼을 경우 위헌제청 등으로 인해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이 같은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개로 기존에 추진하던 법안을 이르면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