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 미국 CNN 등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군 사령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공동경비구역(JSA) 특별견학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 30일 방한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인 APEC 정상회의 주간 판문점 특별견학 프로그램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19일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2023년 12월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을 올해 5월부터 재개한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제안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북-미 간 유의미한 실무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제안 이후 48시간 내로 북-미 정상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던 2019년처럼 ‘트럼프 변수’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미 회동을 공개 제안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CNN은 18일 트럼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미 정상 회동을 위한 계획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방문하는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조율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백악관 경호팀이 두 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판문점은 답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80주년 전승절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EAP) 부차관보를 현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후임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판문점 회동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 1기 북-미 정상회담 실무를 맡았던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해 왔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