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북-러는 모든 전략적 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남북관계 회복을 지원할 거라고 했다. 이와 함께 쿠르스크 이외 지역으로 북한군 배치와 관련해 “북한 지도자의 제안에 응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 김정은 “우크라 사태 러 조치 무조건 지지”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김 위원장은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조로(북-러) 두 나라는 동맹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에 있어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들을 무조건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러시아 외교부는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접견 소식을 전하면서 두 사람이 밝게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함께 공개된 영상엔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친근한 벗’이라고 부르며 포옹하는 모습도 담겼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따뜻한 인사를 보냈고, 아주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과 직접 접촉을 이어가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대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논의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양국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이나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9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까운 시일 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나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라브로프 “한미일 삼각동맹 동북아 안정에 기여 안 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회복을 도울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평양과 서울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틀 내에서만, 그리고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행동할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동맹”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관계 개선 발언에 대해선 “지금까지 한국의 행동은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태”라며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발전이 동북아시아 전체 안정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군사 협력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는 북-러 관계가 ‘불패의 전투적 형제애’에 기반한다는 걸 입증했다”고 했다. 이어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다른 지역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 지도자의 제안에 응하고 있다. (북한의) 진심 어린 연대 행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이르면 7, 8월에 공병 6000명을 러시아에 추가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한편, 북-러 밀착으로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일본 NHK는 북한과 중국이 평양∼베이징을 잇는 여객 열차 운행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운행 재개 시점은 다음 달로, 해당 열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1월 운행이 중단됐다. NHK는 “북-러 동맹 강화 속에 북한이 중국과 관계 회복에 나서는 신호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