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6%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수출량도 4% 가까이 줄었다.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이들 품목의 구체적인 수출 감소 폭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출에 미친 충격이 3주가 채 안 되는데도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올해 전 세계 상품무역이 뒷걸음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품목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153개 철강 제품의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3억4134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6.6% 줄어든 규모다. 철강과 함께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알루미늄 제품 145개(4개 품목은 철강과 중복) 역시 수출 물량이 9만6844t으로 전년보다 4.7% 감소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철강이나 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따져 관세를 부과한다. 3주도 안 돼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가 확인된 셈이다. 미국이 예고하고 있는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까지 더해지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국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올해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했다.
전 세계 통상 환경은 한동안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WTO는 16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 상품 무역이 3.0% 늘어날 것이라는 지난해 10월의 전망을 ‘0.2% 감소’로 조정했다. 예상보다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금까지 상호관세, 대(對)중국 관세, 품목별 관세, 10% 기본관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보면 2월 성장 전망 시나리오(연간 1.5% 성장)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