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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투자 나선 기업, 모래주머니 풀어 달리게 하라

역대급 투자 나선 기업, 모래주머니 풀어 달리게 하라

Posted May. 26, 2022 07:50,   

Updated May. 26, 20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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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반도체·바이오 분야 신산업 육성에 5년 간 45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 그룹 주력계열사들은 전기차, 로보틱스 등에 4년 간 63조 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37조, 한화도 20조 원의 투자계획을 공개했고 SK와 LG도 장기투자 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 주도의 성장과 첨단산업을 지렛대로 하는 경제·기술 안보에 무게를 실은 새 정부 정책에 호응해 대기업들이 미래 산업분야의 성장전략을 꺼내놓은 것이다.

 삼성의 투자계획은 작년까지 5년간 국내외 투자규모인 330조 원보다 120조 원이나 많다. 역대급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대만에 뒤쳐진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진 바이오산업에서는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내겠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계획들은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만 늘려 다른 나라의 일자리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털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투자의 80%인 360조 원은 한국의 연구개발(R&D) 등에 투입돼 연간 1만6000개, 5년 간 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의 70%에 해당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5년 간 새로 생기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의 투자계획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중 발표된 대미 투자액의 5배다. 한국을 글로벌 전기차 생산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공은 이제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기업들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도록 ‘모래주머니’부터 떼어내 줘야 한다. 선진국에서 2∼3년이면 가능한 반도체 공장 건설이 온갖 규제로 7∼8년씩 지연되는 상황에선 기업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순 없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대학들은 수도권 규제에 가로막혀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 경쟁업체의 2∼3배 부담을 우리 기업에 지우는 법인세 체계도 서둘러 손봐야 한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강대국들은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블록을 만드는 세계 경제 전환기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이 기댈 곳은 첨단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뿐이다.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이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어떤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