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September. 07, 2016 07:10,
Updated September. 07, 2016 07:30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이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번지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뒷북 대책을 쏟아냈다.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 항만에 압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가 46개국에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1000천억 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는 수출입 기업들의 해상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선박 투입 등 비상 수송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비상대책을 왜 이제야 내놓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원 거부 때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해상 물동량 문제 등 다각적 대응책을 검토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는 한 기업을 퇴출시키는 결정이 해당 산업 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 쇼크를 줄 수 있는 점을 간과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법정관리에 앞서 대책반을 미리 꾸려 물류대책을 수립하고 세계 각국 법원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관료들의 역량이 20년 전보다 퇴보한 모양이다.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진그룹은 각기 자기들 살 궁리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산업은행과 한진 사이를 오가는 연락책 역할을 했을 뿐 구조조정의 키를 금융위에 넘기고 발을 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는 방패 뒤에 숨었고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법정관리 결정 직후 “경제적, 산업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무적 발언을 한 것이 전부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회생에 필수적인 사재 출연에 미온적이었을 뿐더러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한진그룹으로 돌려놓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선장은 뛰어내리고 승객만 남은 한진해운은 우리 안에 잠재돼 있던 또 하나의 ‘세월호’다.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업 전체가 망가지면 정부의 신뢰가 떨어져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 직전 정부, 채권단, 한진그룹 간 논의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물류대란의 책임소재를 가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고의 전문가들이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을 주도하고 정부는 측면에서 돕는 방식으로 정책추진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