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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 메신저로 EU 활용 검토

Posted April. 10, 201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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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럽연합(EU)을 대북 메신저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9일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말조차 듣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북한과 수교한 EU를 새로운 대북 채널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가 북한과 접촉할 기회에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EU를 통해 북한에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끝 모를 벼랑 끝 전술로 대화 통로가 꽉 막혀 있는 데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도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EU를 현 상황 타개를 위한 구원투수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EU를 통해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일정 기간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EU가 북한과 수교했고 EU 회원국 27개국 중 25개국이 수교했으며 평양에 공관이 있는 회원국도 7곳이어서 대북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전달하기가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EU 회원국인 독일에 대해 북한은 독일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독일 관계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보다 EU 말을 비교적 잘 듣는다며 북한 인권 문제도 미국보다 EU가 제기하면 북한의 저항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EU와 회원국들은 주요 인사의 방북이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일 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외교장관)와 통화를 하고 한-EU 간 대북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애슈턴 대표는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함께 연대할 것이고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윤 장관은 애슈턴 대표에게 EU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 조성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북-미 간 직접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삐끗하고 대북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어 중국이 해야 할 일을 미국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반도 위기의 중대 기로에서 중국이 중재 역할을 위해 활용했던 고위인사의 대북 파견 계획도 이번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북-미 간 접촉 통로인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에 직접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북-미 대화를 통해 상황을 돌파할 생각이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