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November. 19, 2011 00:36,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우뚝 세워진 68층 높이의 동북아트레이트타워와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123층짜리 롯데수퍼타워,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착공을 앞둔 108층 규모의 WBC 솔로몬타워에는 공통점이 있다. 5년 이내에 300m를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초고층 빌딩으로 완공된다는 것, 그리고 모두 외국의 유명 건축설계회사가 설계를 도맡았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주춤했던 마천루 프로젝트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초고층 건축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설계 분야는 외국 기업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국내 초고층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설계를 모조리 휩쓸고 있는 것. 특히 단군 이래 최대 도심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기획과 계획, 기본 설계에 한국 건축가가 단 한 명도 끼지 못한 채 해외 건축설계회사 19곳이 독차지했다. 건물 1개당 수백 억 원대에 이르는 초고층 설계를 외국인의 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셈이다. 세계에서 15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일 정도로 초고층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설계분야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뒤처져 있는 것. 국내 설계 전문업체들은 기획 설계과정에서 아예 배제되면서 설계기술 사대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건설 전문가들은 기본기는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국내 업체에 실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 설계는 모조리 외국인
총 사업비 31조 원에 설계비만 3269억 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의 건축설계회사 19곳이 전체 개발을 총괄 기획하는 마스터플랜부터 각 구역별 건축물 설계를 모두 맡고 있다.
911 테러로 쓰러진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재건축 설계를 맡은 유명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총괄기획자로 나섰으며,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의 렌초 피아노, 세계 최고층빌딩 부르즈칼리파를 설계한 미국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를 설계한 미국의 헬무트 얀 등 해외 스타 건축가가 대거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