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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환자 유치경쟁

Posted April. 27, 20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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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병원에 관한 퀴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유명한 병원은? 150개국에서 연간 30만 명 이상의 해외환자가 방문하는 병원은? 세계 385개 병원과 원격진료 체제를 갖추고 업무를 원스톱 처리하는 병원은? 번 문제의 정답(싱가포르의 래플즈 병원)을 맞추기도 벅찰 듯 하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래플즈 병원은 병원 냄새가 안 나며 로비에는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환자가 접수창구를 찾아 돌아다닐 일도 없다. 외국인 전용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번의 답은 태국의 범룽라드 병원이다. 2002년 아시아 최초로 JCI 인증을 획득했다. JCI란 미국의 의료기관 평가전문 비영리법인 JCAHD가 우수한 외국 병원에 주는 인증이다. 이 인증을 딴 동남아 병원은 태국 6개, 싱가포르 15개, 인도 13개 있다. 국내에는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화순 전남대병원 세 곳뿐이다. 번은 인도의 아폴로 병원이다. 미국에서 2만 달러가 드는 치료를 4500달러면 받을 수 있어 왕복항공료 3000달러를 부담하더라도 비용이 적게 든다.

국내 회계컨설팅그룹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의료전쟁이라는 책에 나오는 동남아 병원들의 사례에 국내 병원들이 주눅 들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앞으로 국가 간, 대륙 간 의료장벽이 무너지면서 의료소비자들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의료대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외국병원의 국내 진입을 허용할지, 영리병원 제도를 도입할지를 두고 10년째 말싸움 중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의료관광비자는 작년 5월에야 시작됐다.

이젠 외국인환자 유치에 무관심한 나라는 드물다. 일본도 한국과 맞서기 위해 의료비자 발급제도를 신설해 체제기간을 늘려주고 병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인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일본 중국은 의료관광에 늦게 눈을 떴다. 앞으로 싱가포르 태국과 환자 유치경쟁이 불가피하다. 시장이 급성장할 원격진료(u-헬스) 부문의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1983년 아폴로 병원을 창립한 프라탑 C. 레디 박사는 의료관광 수익으로 빈민층 의료지원도 한다. 한국의 레디 박사는 지금 어디 있는가.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