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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를 위해 전투를 하다 희생된 병사들

[사설] 국가를 위해 전투를 하다 희생된 병사들

Posted March. 31, 20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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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던 해군특전단(UDT) 대원 한 모 준위가 실신해 치료를 받다 숨졌다. 한 준위는 동료들과 함께 현장의 강한 유속과 높은 수중 압력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 구조작업을 계속하다 사고를 당했다. 구조작업은 한 달중 가장 물살이 빠르다는 사리(보름)에 거센 조류와 사투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전우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다 생명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구조요원들은 생명까지 빼앗길 만큼 위험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바다물의 빠른 흐름과 대기()보다 14배나 강한 저항 때문에 진입작업에 거듭 실패했다. 군 잠수요원 2명이 수압을 못 이겨 실신했다. 해난구조대 지휘관은 이곳의 조류 속도가 34노트에 달해 마치 태풍이 부는 빌딩 위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한밤중에도 탐조등을 대낮처럼 밝혀놓은 광양함 주위에서 UDT와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은 목숨을 건 자맥질을 했다. 불빛을 받은 바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잠잠했다. 한겨울 파커를 입고 있는데도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 바다 속은 더 차가울 것이다. 천안함에 갇힌 군인들의 생존가능 시간이 지났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함미는 침몰 수역에서 300여m 이동해 발견됐다. 조류에 밀리는 동안 여러 차례 뒤집혔을 것이다. 갇힌 것이 나라면, 고독과 추위와 배고픔과 목마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유족과 전우들은 오열하지만, 갇힌 자는 그럴 힘조차 없을 것이다.

낮의 바다는 폭우로 불어난 강물처럼 넘실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UDT와 SSU 대원들은 광양함에서 내린 밧줄에 줄줄이 고모보트를 묶어 놓고 작업을 했다. 주위에는 독도함, 성인봉함, 속초함 등이 떠 있었다. 하늘에는 해군의 치누크와 링스 헬기, 해경의 퓨마 헬기, 공군의 HH-60 헬기가 날고 있었다.

동쪽으로 6.5km쯤 떨어진 곳엔 천안함 함수부가 가라 앉아 있다. 북한에 보다 가까운 곳이라 기뢰탐색함인 옹진함과 기뢰제거 임무를 수행할 UDT 대원들이 탄 고무보트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기뢰를 수색하고 있었다. 외곽에는 해병 특수수색대원을 태운 고무보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절벽에서 날아온 괭이 갈매기만 무심히 울어댔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함에서 해군장병들을 격려하며 최전방 분단지역 북방한계선(NLL)에 근무하는 해군들은 전시체제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최전방 위험지역에서 국가를 위해 전투하다 희생된 병사와 같이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흘 전 함미()가 발견된 뒤 수색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쳤다. 끼니를 거른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실신하거나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 가는 가족도 속출하고 있다. 구조작업을 애타게 지켜보는 국민은 실종 장병들의 기적 같은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