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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동의 김연아, 코리아의 힘

Posted March. 30, 2009 09:27,   

19세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그의 스케이팅은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이틀간 그의 연기를 지켜본 3만여 관객은 강렬한 감동을 환호와 기립박수로 표현했다. 김 선수의 신들린 듯한 묘기를 일요일 오전 TV 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소름이 돋는 전율마저 느꼈다.

김 선수의 연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얼음판에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무용이고 예술이었다. 그는 207.71점으로 신채점방식이 도입된 20022003 시즌 이후 처음으로 여자 싱글 200점 돌파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김연아의 승리는 그 혼자만의 영예를 넘어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양인의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올림픽 수영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 신지애 선수를 비롯한 한국 여자프로골프군단도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연아만 하더라도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과학적 스포츠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벌레인 김 선수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점프 하나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 엉덩방아를 3000번 넘게 찧으며 얼음바닥에 뒹굴었다. 부상으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적도 많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치고 눈물을 흘리며 얼음판을 떠나고 싶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으며, 세계 최고의 실력은 끝없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연마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해주었다.

김연아의 세계 제패에서 우리는 자율과 경쟁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스포츠에서 한국을 빛내는 스타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스포츠가 기본적으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승리를 차지하는 경쟁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경기침체로 실의에 빠진 국민과 기업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용기를 선사했다. 김 선수가 부단한 자기관리와 절제된 생활로 절정의 기량을 유지해 롱런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