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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사 없인 작전수립도 힘들어

Posted August. 10, 2006 05:29,   

지금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더라도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CFC)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교와 장성들은 한국군의 실상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보가 접촉한 대부분의 예비역 장교들은 전시작전권의 환수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군은 전략전술적 측면에서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고급 간부일수록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미군 능력의 실상을 깨닫고 연합지휘체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다며 현 상황에서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다목적 실용위성 몇 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비롯한 정밀무기를 확보하면 대북 억지력을 갖출 것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최근 전역한 연합사 출신 한 장교는 연합훈련을 해 본 대부분의 한국군 장교는 정보와 타격 전력뿐만 아니라 작전 병참 수송 등 전 분야에 걸쳐 전쟁 수행능력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절감한다며 몇몇 첨단무기를 도입하면 자주국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전략 전술적으로 볼 때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 예비역 군 간부는 연합사 없이 한국군은 독자적인 작전계획 수립부터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사 출신 예비역 대령은 한미연합사의 핵심 임무는 각종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며 이는 연합사가 유사시 막강한 미군 전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 측의 지원도 소극적이 되어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세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도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꾸준히 독자적인 작전계획 수립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른 예비역 영관급 장교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한 뒤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미군의 작전계획에 의존할 경우 유사시 한미 군 지휘체계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쟁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몇몇 예비역 장교는 미군과 함께 훈련을 해 보면 미군이 실전을 통해 발전시킨 전쟁 수행능력과 첨단 훈련 시스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이후 실전 경험이 없는 한국군으로선 한미연합사를 통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미군의 실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는 것.

한국군 장비의 노후화와 유사시 탄약 확보 문제도 지적됐다. 최근 발간된 육군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적정 수준을 넘긴 육군의 노후장비 보유율이 48%를 차지하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2010년경에는 68%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연합사 출신의 한 예비역 장교는 한국군의 전시탄약 보유량이 (전쟁 수행) 15일 안팎이고 미국이 한국에 비축한 전쟁대비물자(WRSA)까지 폐기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미군의 도움 없이 한국이 수년 내 노후장비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