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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현안 놓고 핑계 채팅 즐긴 대통령

Posted March. 24,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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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다. 제대로 된 현실인식, 새로운 국정 어젠다와 비전, 하다못해 솔직함도 자성()도 찾아보기 힘든 변명과 말장난 수준의 채팅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에 대해 이번에도 신용불량자 숫자 감소와 주가 상승을 근거삼아 경제가 언제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위기는 없을테니 이제 돈 좀 쓰라고 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제조업 해외이전 등 민생을 불안하게 하는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감성에 호소하는 바로 그 말솜씨로 난제()를 피해 간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낙관하고 있는 것인가.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정부의 호언()을 비웃듯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831 대책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으름장만 놓았다.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대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동산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는 듯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다주택 투기꾼들과 정부 간의 싸움으로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한결 같이 지적한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올려도 소득 상위 20%가 내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행태다.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전제로 한 소득에 걸 맞는 적정한 세금 부담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듯 했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우리 사회를 20 대 80으로 몰아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도 자기합리화에 바빴다. 작은 정부를 만들고 거기서 남는 재원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라는 주문에 이게 무슨 큰 정부냐, (다른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정부 갖고.라고 되받아치니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 숫자 타령에 앞서 예산낭비, 중복 행정, 공기업 방만 운영 등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대통령은 언론과 반대세력 탓도 빼놓지 않았다. 831 대책이 효과를 못 보는데 대해서도 언론이 어떻게든 무력화()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남 탓을 하기 전에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이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었는지, 잃었는지부터 살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