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다음달 중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유엔의 권고에 따른 인권보호 및 신장에 필요한 국가적 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아동청소년 보호, 새터민(탈북자) 조기 정착 대책 등 절실한 과제도 없지 않지만 주요 내용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노사갈등 직권중재제도 폐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 보장 등이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정치권에서 이미 폐지가 아닌 일부 개정 쪽으로 거의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다. 국민도 70% 이상이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언론 출판의 자유 신장을 내세워 거듭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마저 뒤집는 일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고,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필수공익사업장 축소와 직권중재 폐지는 노사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노조의 잇단 비리와 불법파업,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몰라서 하는 얘기인가.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강제검진과 취업제한, 신고체계 등을 담고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권고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인권위는 그동안 국민정서나 국익()과는 동떨어진 결정으로 혼선을 초래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자 반전()성명을 채택했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파동 때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심지어 학생 일기장 검사나 두발 제한 등에도 인권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반()인권에 대해선 철저하게 침묵해 왔다. 납북자와 그 가족의 절규도 못들은 척 한다.
인권위가 만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은 정부가 검토해 수용범위를 정하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문제는 인권위의 기본계획이 단지 인권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좌편향의 논리를 실험하려는 노무현 정권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순한 의도는 검토단계에서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