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술 시장 30년 외길

Posted July. 12, 2005 03:15,   

ENGLISH

30년 전만해도 그림은 술 한잔 사주고 얻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래서 미술시장도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문을 열어 올곧게 자기 자리를 지켜 온 두 화랑이 개관 30주년 기념전을 나란히 개최하고 있다.

부산 공간화랑=공간화랑(부산진구 부전동)은 1975년 개관이후 부산 미술계를 이끌어 오며 지역미술의 든든한 젖줄이 되어 온 서양화 전문화랑. 미술관하나 없던 미술 불모지에 뿌리를 내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등 대표적인 근 현대 작가들을 비롯해 김종식 양달석 전혁림 등 부산출신 작가들의 작품전 등 무려 150여 차례 기획전을 열었다. 89년 부산 청년 미술상을 제정, 운영해 신진작가 발굴에도 기여했다.

신옥진 사장은 30년 넘게 아직도 화랑하느냐는 말을 들어 왔다며 화랑업은 가장 먼저 호황이 오고 제일 먼저 불황을 겪는 경기에 무척 민감한 업종이라면서 그저 버텨야 한다는 신념으로 견뎌냈지만 어려운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공간화랑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나혜석 도상봉 오지호 이인성 백남준에서부터 안창홍 사석원 이불에 이르는 근 현대 주요 작가 30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현대에서부터 동시대까지(From Modern to contemporary) 전을 20일까지 연다. 051-803-4101

서울 그로리치 화랑=서울 평창동 그로리치 화랑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 온 드로잉에 주목하며 30년을 이어 온 특이한 화랑. 17일까지 개관 30주년 기념전으로 열고 있는 드로잉을 통해 본 한국 현대미술 60년사는 드로잉을 코드로 화랑의 정체성과 현대화단의 역사를 보여준다.

조희영 대표는 화가들이 단순한 선으로 죽죽 그어 묘사한 드로잉은 80년대 초만 해도 아예 가격 형성이 안 되었던 대표적 저평가 장르였다며 근래에는 국내외 대형미술관에서 드로잉전이 따로 열릴 만큼 주목을 받고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02-395-5907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