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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라 부시

Posted May. 02, 20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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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대통령에겐 설혹 잘못 보여도 재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 부인한테 찍히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부인은 때로 대통령보다 더 권력지향적이고, 국가보다는 남편을 위해 일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케이티 마턴은 막강한 이면 영향력을 지닌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를 숨은 권력자(Hidden Power)라고 했다. 백악관에서 임기를 마친 뒤에 이혼한 부부는 한 쌍도 없었다.

섹스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빌 클린턴을 수렁에서 구출한 것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넘보는 아내 힐러리였다. 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 또한 부인 낸시가 없었다면 그는 빨간색 링컨 차를 몰고 캘리포니아 해변을 돌아다니며 공화당 여성 클럽 회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젊고 아름다운 재클린은 문화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심미안으로 지식인과 외교관들을 사로잡아 존 F 케네디의 우군()으로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백악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연례 만찬장에서 터뜨린 화끈한 입담이 화제다. 다정다감한 할머니에서 졸지에 마피아의 돈 클레오네로 비유된 시어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의 반응이 궁금하다. 로라와 딕 체니 부통령 부인 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찾아갔다는 남성 스트립 바 치펜데일은 장사가 더 잘될 것 같다.

미국 언론이 2일 로라 여사의 유머가 사실은 정치 작가 랠던 파빈과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대통령 남편을 구하기 위해 작가를 동원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예행연습까지 한 로라 여사의 정성이 지극하다고 할까. 청와대에서도 미국보다 하루 먼저 출입기자단 가족 초청 만찬이 열렸으나 권양숙 여사의 유머 내조 프로그램은 없었던 모양이다. 안보와 경제, 민생에 나쁜 영향만 미치지 않는다면 퍼스트레이디의 유머감각도 국가지도자 일가의 좋은 자산이 될 법하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