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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위트-독설 섞어 졸부 풍자

Posted January. 20, 20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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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며 지적인 뉴요커의 대명사인 우디 앨런의 영화들은 늘 비슷비슷한 면이 있지만, 스몰 타임 크룩스 (Small Time Crooks)는 다르다.

우디 앨런 특유의 과장된 호들갑과 독설은 여전해도, 신경질적인 냉소가 두드러졌던 그의 이전 영화와 달리 깔깔 웃어 제치는 유머가 넘쳐난다. 우디 앨런의 최근작보다 되레 1969년 그의 감독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의 정서와 맥이 닿아있는 코미디다.

전과자인 접시닦이 레이(우디 앨런)와 전직 스트립 댄서인 그의 아내 프렌치(트레이시 울만)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부부. 레이는 은행 옆의 가게를 인수해 프렌치가 쿠키 장사를 하는 동안, 지하실에서 터널을 파 은행 금고의 돈을 턴다는 계획을 세운다. 레이가 멍청한 친구들과 함께 우왕좌왕하는 사이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레이 부부는 느닷없이 벼락부자가 된다. 상류층 진입을 위해 안달복달하던 프렌치는 미술상인 데이빗(휴 그랜트)에게 특별 강좌를 요청한다.

늘 그렇듯 우디 앨런이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은행털이, 벼락 부자, 그리고 상류층 진입을 위해 기를 쓰는 단계로 이루어진 3막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우디 앨런은 계층 상승을 꿈꾸는 프렌치,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데이빗, 그리고 속 편한 예전 생활을 그리워하는 레이를 대비시키며 겉멋만 잔뜩 든 상류 지향의 속물성을 신나게 조롱한다. 막판의 해피 엔딩은 느닷없고 돈과 지위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결론도 평범하지만, 똑똑한 사람이 만든 코미디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제 맛을 찾아가는 데에는 조연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연기들도 한 몫 했다. 실제로는 빼어난 시나리오 작가인 일레인 메이가 멍청하기 짝이 없는 트레이시의 사촌 메이를 연기하면서 배꼽을 잡게 한다. 속물의 대표선수 격으로 묘사된 휴 그랜트를 보는 것도 즐겁다. 원제는 좀도둑이란 뜻. 전체관람가. 24일 개봉.



김희경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