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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북근로자들 정상근무 우리가 더 놀라

개성 북근로자들 정상근무 우리가 더 놀라

Posted December. 20, 201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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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담담한 북한 근로자들의 반응에 우리도 놀랐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A사 대표는 19일 오후 5시경 남측으로 입경한 직원의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A사 등 복수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에 따르면 현지 생산라인 안에 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북측 근로자들은 19일 오후 1시경에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A사 대표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오후 5시 반 주간업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눌 뿐 오열하거나 크게 격앙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직장장(근로자들을 관리하는 간부)의 특별교육에 따른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근로자들이 동요하지 않아 조기퇴근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남측으로 입경한 다른 개성공단 입주 대표도 개성공단에 있을 때 김정일 사망 소식은 전혀 없었고 평소와 다른 낌새나 움직임도 없었다며 한국에 들어와서야 관련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은 심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북측 근로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남측 주재원들에게 언행에 특별히 조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혹시나 남측 직원들이 김정일이 죽었다는 식으로 무심코 말해 북측 근로자들을 자극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며 오늘 저녁 남측으로 들어오는 직원을 불러 정확한 현지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무교동 협회 사무실에서 배해동 회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입주기업들은 28일 영결식까지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의 추모행사 참석을 위해 휴업해 달라고 요구하면 따를 계획이다.

입주기업과 전문가들은 김정일 사후 개성공단에 당장 큰 변화는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년간 김정은 후계체제를 탄탄히 다져 민중 봉기나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낮다며 이에 따라 개성공단에 끼칠 영향도 당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입주사 대표도 북한 핵실험 사태가 터졌을 때도 개성공단은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 설립 초기 군사 요충지인 개성에 남측 기업을 들여놓는 데 반대한 점을 들어 향후 북한 정치상황에 따라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3년째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는 현대그룹은 김 위원장 사망이 관광 재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현대아산은 장경작 사장 주재로 이날 오후 2시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현대는 최근 정부의 잇단 대북 유화조치를 계기로 조속한 관광 재개를 기대했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1시 55분경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으로 급히 돌아왔지만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사업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굳은 표정만 지어 보였다.



김상운 장선희 sukim@donga.com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