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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빼앗기도 뺏기기도 하는거죠

Posted April. 12, 20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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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는 여심()? 제가 뺏길 수도 있죠. 사랑은 누군가만의 소유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요.

그가 변했다. SBS 내 남자의 여자(월화 오후 9시 55분)에서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도 사랑일 뿐이라며 당당한 이화영 역의 김희애. KBS2 부모님전상서 SBS 눈꽃 등 줄곧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아내를 연기해 온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달라졌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미용실에서 만난 김희애는 내 눈빛도 사랑과 질투로 가득한 화영을 닮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극중 김지수(배종옥)랑 제 삶이 거의 비슷해요. 착한 아내, 모범적인 엄마가 되기 위해 가식적일 때도 있는데 그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진 화영을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김희애는 이번 작품에서 부풀린 파마 머리와 란제리룩 등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자신과 동떨어진 캐릭터 때문에 고민했지만 연기자로서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악역은 1993년 MBC 폭풍의 계절 이후 14년 만이다.

저도 드라마 속 제 모습이 지겨울 때가 있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하겠어요. 나이도 있는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좀 더 섹시하고 매력적인 화영이 되기 위해 외국에 나가 직접 의류매장을 찾아다니며 야한 의상을 고르기도 했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을 때도 요즘은 미안할 정도로 다시 해 보자는 주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첫 대본 연습 때, 정을영 PD와 김수현 작가가 김희애의 악녀 연기를 실망스럽다고 하자 더욱 철저히 김희애를 지우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런 대사가 나와요. 돌 맞아 죽을 사랑이라고. 집에서 시청자의 눈으로 볼 땐 저도 동감하죠. 하지만 촬영장에선 화영을 이해합니다. 한 여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불륜이라는 사회적 잣대를 잊게 하거든요.

김희애는 집에서는 혼자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보면 민망하고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는 애들이 엄마의 변한 머리 스타일과 역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3회 방영분에서 홍준표(김상중)와 몰래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표현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화영은 지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지수는 편안하다고 답한다. 행복과 편안함의 차이. 김희애는 어느 쪽인지 물었다.

편안해요. 아이들이 숙제를 끝내고 남편이 퇴근해 온 가족이 할 일 없이 거실에서 영화를 볼 때, 행복보다는 편안함을 느껴요.



남원상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