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전공정 팹(Fab·제조공장) 4기 건설 계획이 공식화됐다. 기존 용인 등 수도권 클러스터를 제외하고 서남권과 충청권 등 비수도권에 신규 투입되는 자금 규모만 약 1000조 원에 달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해 투자 효율을 높이고, 수도권 인프라 한계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조치다.
● 800조 투입 광주 전공정 팹 신설… 생산 거점 다변화
이번 투자 계획의 핵심은 서남권 신규 거점 확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각각 400조 원씩, 총 800조 원을 투입해 최첨단 메모리 전공정 팹 4기(각 2기)를 조성한다. 소재·부품이나 후공정이 아닌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전공정 팹이 비수도권에 대규모로 신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지방 투자의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발과 수도권 인프라 포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2025년 2000억 달러(약 309조 원)에서 2030년 8000억 달러(약 1236조 원)로 5년 내 4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참석한 양사 총수들도 서남권 투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로 인한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 못한 속도로 변화해 적극적인 (반도체) 투자에도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부족하다는 게 시장 평가”라며 “용인 등 기존 단지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인센티브가 기대되는 광주를 새로운 팹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메모리 수요 증가로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증산을 위해 용인에 600조 원, 청주에 100조 원의 조기 투자를 실시해도 향후 공급 부족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해소하고자 대규모 부지·전력·용수 조건을 갖춘 서남권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해 신규 팹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권역별 밸류체인 투자도 구체화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청권(천안·온양·청주)에 81조 원을 투입해 대규모 패키징 거점을 조성한다. 동남권(부산 등)과 대경권(구미 등)은 반도체 수요 동반 성장을 위한 ‘소부장 혁신거점’으로 육성한다.
기존 수도권 생산 거점은 가동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긴다. 최종 팹 건설 기준 삼성 용인 국가산단은 7년, SK 용인 일반산단은 12년가량 완공을 단축한다. 삼성 평택 5·6호기도 동시 건설로 전환해 전체 일정을 3∼4년 줄여, 5년 내 국가 메모리 생산 능력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수도권-충청-서남권 잇는 ‘반도체 벨트’
서남권 반도체 벨트가 현실화하면 수도권-충청-서남권을 잇는 K-메모리 생산 벨트가 구축될 전망이다. 기존 생산거점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급증하는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용인 착공 시점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력 및 용수 공급 계획에 힘을 싣겠다고 밝힌 만큼 수도권은 세계 최대 첨단 메모리 기지 위상을 굳힐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용인과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용인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투입한다.
수도권과 서남권의 가교 역할을 하는 충청은 패키징 허브가 된다. 광주에 새로 생길 메모리 팹도 충청으로 넘어가 패키징 공정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AI발 산업 변화에 따른 생산 시설 확충이 필요한 시점에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이 마련됐다”라며 “기업들이 나서서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정부에서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특별법 등 돌이킬 수 없는 확실한 지원책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dhlee@donga.com






